
어느 마을에서 작은 사진관 겸 현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
…는 표면적인 이야기. 실제로는 시간의 흐름과 이로 인한 인과율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을 하는 존재. 본인이 특수 제작한 카메라로 사람들의 사진을 찍음으로써 그 사람의 운명을 기록하는 필름을 제작할 수 있으며, 가위로 절단하고 테이프로 붙이는 행위로 그 사람의 일생 자체를 재배치하며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관찰한다. 현재는 라더의 센터로 필름을 옮기기 귀찮아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면 필름이 곧바로 라더의 센터로 이동되게 설계해놨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건 과학이지, 마법이겠어?”
따라서 평범한 사진관처럼 보이고 실제로 사진 촬영 의뢰를 받기도 하지만, 주로 사진관 구석 본인만 출입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라더의 수집 취미와 공룡의 호기심이 맞물려, 라더는 차원의 공허에 필름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인간세계에 두기엔 필름의 양이 너무 방대하잖아.) 공룡이 모은 필름들을 관리 (한 번 만든 필름은 사라지지 않더라고.), 공룡은 라더의 필름 수집을 도우며 필름들을 이용해 본인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상부상조의 관계. 라더에게 필름을 받아 이리저리 갖고 논 뒤에 다시 원상복구 해서 돌려준다.
최근에는 공룡이 필름을 잘라낸 사이 각별이 그 장면의 성단 파편을 팔아먹어 원상복구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저걸 어떻게 잡아내나 하고 고민하던 중 마침 인과율 감시 기구도 같은 문제를 직면해 일시적인 동맹을 맺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잠뜰, 덕개와는 으르렁대며 지내는 듯하다.
“당신만 없었어도 우리 현장 업무가 반으로 줄어들 텐데.”
이렇게 맘껏 필름을 갖고 노는데도 인과율 감시 기구가 그에게 함부로 못 하는 이유는 그가 있어야 새로운 필름이 생산되어 사람들의 시간의 흐름을 감시하는 것이 더 편해지고, (만약 그 필름이 없었으면 우린 맨날 공허를 떠돌면서 감시하고 있었을걸.) 그와 친한 라더가 필름을 제공할지 말지에 대한 모든 선택권을 쥐고 있어서 함부로 체포할 수 없기 때문. (야 걔네들은 필름 만들 기술력이 없어. 백날 연구해보라 해, 되겠냐?)
인과율 감시 기구의 관리부에서는 공룡을 좀 가만 놔둘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지만, 감시부에서는 본인들은 이상 현상을 보고하는 것뿐이라며 매번 관리부가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 자식들 자기들이 이상 현상 필터링하기 귀찮아서 그래.”